1990년대 말 대학 다닐 때 현대사 강의에서 아직도 국가보안법에 걸리는 일이라며 교수님이 조용히 말한 후 강의를 시작하신 기억이 납니다. 4.3사건이 일어난 지 50여년 지난 그때 시점까지도 정부가 숨기고 싶었던 역사의 진실을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주 4.3사건은 정부의 공식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와 보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이 제주 4.3 사건이 국사 교과서에서 빠질 거라는 뉴스를 접하며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실제로 교과서에서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믿고 싶지만 교과서에서 뺀다고 있었던 일이 없어지지 않을뿐더러 다시 비슷한 일이라도 반복되지 않도록 후대에 더욱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1. 제주 4.3 사건의 배경
제주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입니다. 사건은 1년 전인 1947년 3월 1일, 3.1절 기념식 참석자들이 가두 행진하는데 관덕정 광장을 지나던 중 6세의 어린이가 기마 경관의 말굽에 치이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관은 그대로 지나치려 했고 격분한 민중들이 경관에 달려들었습니다. 이때 경찰이 발포하여 6명이 현장에서 죽습니다. 해방은 되었으나 일본식 기마 경관이 여전히 민간인의 목숨을 우습게 생각하는 풍토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제주도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제주 북교 6학년 허두용, 젖먹이를 안고 있던 21세 여성인 박재옥 등이 죽었는데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등에 총을 맞고 죽었습니다. 등에 총을 맞았다는 것은 국민을 보호 해야 하는 공권력이 도망치는 민간인을 향해 총을 쐈다는 증거입니다.
경찰의 과잉 행동은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킵니다. 제주도 전역에서 광범위한 파업이 일어났고 경찰 중 일부도 파업에 가담합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강경하게 대응했으며 파업에 동참한 도민 중 일부를 고문합니다. 이후 벌금, 징역, 파면 등이 이어졌으며 무려 2500명을 검거하고 고문한 다음 이 중 250명을 재판에 회부하였습니다.
2. 제주 4.3사건의 전개
이후에도 미군정의 강경책은 지속되었고 약 1년간 경찰과 민중의 갈등은 나날이 심각해졌습니다. 우도에서는 경찰서 간판이 파괴됐고 중문리에서는 경찰이 시위 군중에게 발포하여 여 8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1948년에 들어서면 상황은 더욱 극단적으로 흘러갑니다.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좌우 갈등은 극에 달했고 분단이 기정사실이 돼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달삼 등이 이끄는 제주도의 좌익 세력은 4월 3일 무장봉기를 시도하게 됩니다. 4월 3일 새벽 2시, 23개 경찰지서 가운데 12개의 지서를 습격한 것입니다.
초기 미군정은 온건하게 이 사태를 수습하려 했습니다. 제주도의 유일한 군부대였던 9연대 김익렬 대장은 미군정의 지시 아래 적극적으로 평화 협상에 나서서 타협안이 마련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라리 방화사건을 비롯하여 경찰과 우익 세력은 평화 협상을 무마하기 위해 각종 사건을 일으켰고 미군정과 갓 수립된 이승만 정권 역시 강경 대처로 입장을 바꿉니다.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는 계엄령이 선포되는데 이때부터 1949년 3월까지 약 4개월간의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 벌어집니다.
3. 제주 4.3사건의 결말
이 기간에 피해자는 약 1.5만~2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서북청년회가 광기 어린 학살을 주도했습니다. 사건은 1954년 9월까지 진행되는 데 당시 제주도민 30만명 중 희생자가 3만명이었고 그중 절반이 노인, 여성, 어린이였다고 합니다. 당시 국내 정세가 워낙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기도 하지만 제주도라는 고립된 지형적 특성과 극심한 이념 분쟁이 더해져 자국의 군대와 경찰에게 민간인들이 무참하게 희생되는 일이 수년간 이어진 것입니다. 100년도 되지 않은 일이고 이때 돌아가신 분들의 유가족이 아직도 그 아픔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오랜 역사 동안 고립, 소외, 착취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일을 모르는 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역사 교육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대하소설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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