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숨겨진 여성 독립 운동가

독립기념비

우리나라 역사가 워낙 남성 위주로 서술되다 보니 독립운동은 마치 남자만 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독립운동하는 남편과 아들을 지지하며 함께 힘을 보태고 지원하고 옥바라지한 그 시기 여성들도 독립운동가라고 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특히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는 안중근 의사가 감옥에서 그 뜻을 꺾고 전향서를 쓰고 감옥을 나올까 봐 그 뜻을 꺾지 말고 더 굳건히 대한독립을 외치라는 편지를 보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렇듯 대한의 독립을 원하고 대한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것은 남자들만의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이름 없이 독립에 힘쓰다 돌아가신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애도하며 조금은 알려졌지만 더욱 우리가 알아야 할 여성 독립운동가 두 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권기옥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송죽회라는 비밀결사 조직에 참여하기도 하고 3.1 만세 운동에도 참여했습니다. 돈을 모아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1920년에는 목선을 타고 상해로 망명했고 김규식의 부인 김순애의 소개장을 받아 다시 난징으로 건너갔습니다. 그 당시 여자 혼자 몸으로 얼마나 고된 망명길이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시기 영어 공부를 계속했던 권기옥은 임시정부의 추천을 받아 1923년 운남육군항공학교 1기생으로 입학합니다. 1925년에는 중국의 군벌 평위상의 공군부대에서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복무하게 됩니다. 1927년에는 중국 국민당이 북벌을 시도하는데 이때 최용덕과 함께 참전하여 중국 공군에서 10년간 활약합니다. 당시 중국군과 협력하여 대한 독립운동을 이어가고자 했던 이들은 많았지만 공군 파일럿으로 활약한 인물은 극히 적었습니다. 그녀는 총 7천 시간의 비행 기록을 남겼으나 일본 밀정이라는 모함으로 체포된 후 옥고를 치르기도 합니다. 권기옥은 1940년대에 중일 전쟁에 따라 임시정부가 중정으로 이전하자 함께 따라갑니다. 김순애 등과 한국 애국부인회를 재건하는 데 힘썼고 최용덕 등과는 광복군 공군 창설을 위해 노력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일원이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권기옥은 국방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고 한때는 정계에서도 활약했습니다.

 

2. 남자현

영화 ‘암살’의 실제 여주인공과 비슷하다고 알려져 여성 독립운동가 중에 유관순 열사 다음으로 유명하신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직접 총을 들고 싸운 모습이 비슷해서 나온 말일 것이고 그 외 다른 요소들은 실제 남자현과 많이 다릅니다. 남자현은 친정아버지 남정한과 함께 의병 궐기에 참여하여 역사의 전면에 등장합니다. 1919년 3.1운동 당시에는 남대문 교회를 중심으로 만세 시위에 참여했고, 경상도 만세 시위 조직책임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활동이 어려워진 남자현은 만주 삼원보로 망명하여 서로군정서에 참여, 부상병 간호를 맡았습니다. 또 길림성에서 20여개가 넘는 교육 단체를 조직했고 이관린, 이양숙 등과 함께 조선혁명자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1925년에는 사이토 마코토 총독의 암살 계획을 세우고 김문거로부터 권총 한 자루와 탈환 8발을 받고 서울로 잠입합니다. 오늘날 대학로 근처 혜화동 28번지에 머물렀으나 결국 때를 잡지 못하고 만주로 돌아옵니다. 1931년 만주사변 당시 국제연맹에서 만주사변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하는데 남자현은 하얼빈에서 손가락 두 마디를 잘라 혈서를 쓰고 독립을 청원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사단과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만주국 건국 1주년 기념식장에서 일본 고위 관료들에 대한 암살 계획에 착수하면서 권총과 탄환, 폭탄 등을 마련하였지만 밀정의 밀고로 실패하고 일본 경찰에 체포되게 됩니다. 남자현은 옥고를 치르다 병보석으로 출소하게 되는데 얼마 후인 만 60세에 대한의 독립을 보시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납니다.

가끔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는 과연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곤 합니다. 어렸을 때는 나도 당연히 했을 거라고 생각하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독립운동가분들의 삶을 더 자세히 알고 ‘나는 감히 하지 못하였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우 부끄럽고 이 평화로운 시절에 살게 해주신 감사의 마음으로 오늘날의 내가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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