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변화 없는 거 같은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사실 엄청나게 민감하게 유행에 반응한다. 내가 처음 임용이 되었을 때 학부모들은 내가 기본 생활 습관과 예절을 잘 가르쳐주신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5년쯤 지났을 때 창의성 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의 최대 목표가 되면서 어느샌가 아이들에게 생활습관이나 예절을 강조하는 교사는 내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는 아주 못된 교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모든 교육 활동앞에는 반드시 창의성이 붙었고 창의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창의성은 무척 중요하다. 문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생들이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것이 창의성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생겼고 창의성만 살릴 수 있다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것처럼 행동하였다. 아이가 하는 자유분방한 행동이 무조건 창의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상식을 벗어난 말과 행동이 창의성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나 조차도 훈련이라는 단어가 참 나쁜 단어 같다. 어떤 다른 표현이 있을까? 내가 아이들에게 훈련시키고 싶은 것은 매일 매일 성실하게 살아가는 연습? 해야할 일을 제 때 할 수 있는 결단?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데 지켜야 하는 예절들을 배우는 노력?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 힘든 점을 이겨내보려는 근성? 뭐 그런 것들로 풀이할 수 있겠다.
나는 그걸 크게 학습훈련, 생활훈련이라고 하는데 처음 너무 하고 싶은대로 해왔던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힘들어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도 무턱대고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2개월 안에 다 적응하고 변한 자신을 뿌듯해하며 좋아한다. 하지만 창의성 사조가 퍼지면서 그 2개월을 학생들보다 학부모가 더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교원평가 만점이었고 우리 반이 되면 학부모들 사이에서 축하인사를 주고받던 나는 어느 샌가 아주 엄한 교사가 되어 있었고 학부모들로 부터 우리 아이 뜻대로 하게 해달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근데 냅두지는 말고 우리 아이 원하는 대로 네가 해결은 하라는 말이었다.
많은 혼란도 겪고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가져봤다. 내가 꼰대가 되어 현시대에는 중요하지 않은 가치들을 억지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교육관이 맞는 거 같았다. 그래서 꾸준히 내 교육관을 실천해나갔다. 그런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또 어떻게 소문이 난 건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요즘은 또 바뀌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 혼내주세요. 선생님 맞아요. 네 그거 그 점 고쳐주세요. 선생님 이렇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들을 하고 나의 교육관을 지지해주신다. 우리 학교 학부모들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더이상 창의성을 위해 학생들이 생활습관없이, 예절없이 자유롭게만 자라는 것을 학부모들이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적어도 예의바르고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아이를 길러내려고 노력하며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한다.
하여 진심을 통한다고 믿기로 했다. 인간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인생의 성공은 어느 한 순간 발휘되는 창의성일 수도 있지만 그 창의성이 발휘되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일상의 지루한 일들을 성실히 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매일 반복되는 일들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가 낭비된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물을 스스로 챙기고 제 시간에 학교에 와서 책상정리를 하고 아침 명상을 하고 책을 읽는 매일 반복되는 일을 고민없이 그냥 당연히 하는 일로 습관화 시켜서 훈련시킨다. 한달만 계속해도 변화된 자신과 주변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수업시간에는 집중해서 듣는 것을 강조한다. 듣다보면 재밌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두 지적탐구욕구가 있다. 특히 아이들은 더 그렇다. 학습이 재미없는 건 수준보다 어렵거나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주의깊게 듣고 어렵더라도 열심히 하려는 학습태도를 강조해서 훈련한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선별하여 개인지도를 한다. 첫째 수업시간에만 도와주면 되는 학생, 교사가 따로 남겨 잠시 보충해주면 되는 학생, 매일 특별보충이 필요한 학생으로 나누어 학부모와 의논하여 개별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학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급의 분위기가 편해야 한다. 정글같은 분위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절대로 인간이 능력을 제대로 나타낼 수 없다. 한정된 에너지가 다른 곳에 쓰이기 때문이다. 하여 아이들이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학급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학생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은 교사도 중요하지만 또래 학생들과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 본인이 교사라고 생각해보면 교장, 교감과 사이 안좋은 것보다 동학년 선생님과 사이 안좋은 게 더 힘들지 않은가?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최대한 학생들이 서로 배려하고 서로 간의 예절을 지키며 바르고 고운말을 쓰도록 끊임없이 지도한다. 상황별로 해야되는 행동과 말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서 연습시키기도 한다. 매일 미덕명상을 하기도 하고 교사가 워낙 강하게 강조하기도 해서 그런지 참 신기하게 아이들이 변해간다. 모난 학생들이 없어지니 더욱더 선순환이 되어 아이들이 순해진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꾸준히 생활지도와 학습지도를 해나가자.
초등 학급운영)문제가 있어야 교육이 있다
평일 오후 동료에게 다급한 전화가 왔다.반에 은따를 오랜 기간 당해온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수업시간에 보건실에 내려가더니 보건선생님께 친구들과의 관계때문에 죽고 싶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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