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동료에게 다급한 전화가 왔다.
반에 은따를 오랜 기간 당해온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수업시간에 보건실에 내려가더니 보건선생님께 친구들과의 관계때문에 죽고 싶다고 말을 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아이들이 교과가 있는 시간에 빠르게 전화를 한 것이다 어찌하면 좋을지 방법을 알려달라고~
사실 뭐 일이 터지고 나서는 뾰족한 방법이 딱히 없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 관계된 학생들을 다 불러서 진술을 받고 서로 이야기해서 사과 및 화해를 하고 부모님께 연락해서 상황을 알리고 추후 지도를 해나가면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인정을 못하는 가해자와 용서를 못하는 피해자가 나오고 진상 학부모가 등장하여 상황을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나의 동료는 그간 신뢰와 덕을 많이 쌓아서 그 3가지 중 어느 것도 없이 잘 해결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초임시절 여러 차례 안 좋은 기억이 있던 나의 동료는 모든 일을 너무 잘 처리하면서 매 순간 불안해했고 잘 해결되고 나서는 왜 자기가 보지 못했을까? 왜 이런 문제를 만들었을까 하며 계속 자책했다.
물론 미리 알아보고 관계 회복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상황은 몇 년을 반복되어 오던 문제였고 우리가 학급운영을 하다 보며 의도치 않은 많은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자신을 계속 반추해 보는 태도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커다란 원동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없기에 자책은 금물이다.
하여 핵심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일어나서는 안될 몹쓸 일이 아니라 교육의 재료라고 생각하자. 아이들은 이 일을 통해 자신이 무심 코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커다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피해자 학생은 나에게 상처 준 학생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변한다면 그 친구를 용서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웠다. 아니 그걸 배우게 하는 것이 교사의 일이다라고 생각한다. 내가 신이 아니니 완벽하지 않더라도 노력의 방향이 그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잔병이 많은 사람들이 큰 병이 없는 경우가 있다. 잔병들 때문에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작은 문제들을 교육의 재료라고 생각하고 이걸 통해 가르치고 변화시킬 목적의 방향을 향해 교육해가다 보면 아이들은 반드시 변한다. 매번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도통 변하지 않는 어른인 내가 부끄러울 때가 많다.
핵심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나에게 새로운 교육의 재료가 생겼구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로 지혜를 모아보자. 지극히 교육학자 같은 고지식한 말이 아니다. 이런 중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 가야 진상 학부모와 버티는 학생들에게 흔들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다. 나는 지금 문제를 일으키거나 방관한 교사라는 자책이 아니라 정당한 교육적 활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전문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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