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농지개혁법에 대한 총평
토지 문제는 조선 중기부터 내려온 고질적인 문제였습니다. 농업 국가인 조선에서 토지가 일부 귀족 세력에게 점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당연히 토지를 잃은 양민들은 대부분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문제가 후기로 갈수록 더욱 고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조선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경제구조가 굴러가는 한 모든 시대 모든 나라에서 반복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입니다. 나라가 부패하면 할수록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됩니다. 과연 한 사회의 흥망성쇠는 이 문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결하느냐가 관건이겠습니다. 많은 부를 블랙홀 빨아들이듯 빨아들인 자본가들은 처음에는 좋겠으나 국민 대부분이 못살게 된 나라는 결국 망하게 되어있으니까요. 농지개혁법은 바로 이 망하게 됐던 나라가 새로 시작하기 위해 1949년 제정된 법입니다. 과거에는 남한의 농지 개혁을 부정적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긍적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입니다.
사회주의 입장에서 남한의 농지 개혁은 미흡했으며 자본주의 입장에서는 사유재산 착취라고 받아들여졌을 테니 그동안의 평가는 긍정적일 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하더라도 어쨌거나 수 백 년 간 쌓아왔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였고 소작제가 해체되었으며 사회 경제적 평등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것은 경제발전에 유리했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토지개혁을 한 나라(일본, 중국)와 하지 않은 나라(필리핀,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 발전사는 현격히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2. 농지개혁법의 전개 결말
1945년 해방이 되면서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는 토지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됩니다. 절대 다수의 농민이 소작료 인하 주장에 나섰고 일부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토지 제도 개혁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군정은 소작료를 인하하는 등 몇 가지 조치를 실시했지만 농촌 문제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 1946년 북한에서는 5정보(1만오천평) 이상의 토지를 대상으로 무상 몰수, 무상 분배하는 토지 개혁을 실시합니다. 이에 남한에서도 토지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데 입장에 따라 해법이 달랐습니다. 좌익은 무상 몰수와 무상 분배, 우익은 유상 매입과 유상 분배 그리고 중간파는 유상 매입, 무상 분배안을 제안했습니다. 결국 지주와 소작농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절충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대략 각 세력 간의 입장 대립이 얼마나 심했을지 가히 상상이 가는 대목입니다. 아마도 오늘날이었으면 논의만 엄청나게 하다 결국 시행하지 못했을 법입니다.
1949년 실시된 남한의 농지 개혁은 3정보(9천평) 이상의 토지를 기준으로 유상 매입, 유상 분배 형태로 실시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가난했기에 지주들에게 현금이 아닌 지가 증권을 발행했고 농민들에게 낮은 이자로 농지를 배분한 것입니다. 그 당시 일부 지주 계층은 편법으로 땅 쪼개기, 명의 빌리기, 사립학교 설립(학교 설립하면 토지개혁 면적을 일정 부분 면제해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농지개혁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피하지 못한 땅은 지가 증권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고물가 상황, 특히 개혁 이후 발생한 한국 전쟁 등으로 인해 지가 증건은 휴지 조각처럼 가치를 잃었고 농지 개혁은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의 토지 개혁은 무상을 표방했지만 역시 현물세를 받는 등 경제적 환수 과정이 있었고 양자가 실제로는 비슷한 가격으로 토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수백 년간 한반도의 농민들을 괴롭혔던 소작제 문제는 일단락됐고, 지주 세력은 표면적으로 역사에서 영원히 퇴출되었습니다. 당시 농지 개혁의 영향으로 현행 헌법에도 경자유전의 원칙(농지는 농사지을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 소작 제도 금지의 원칙 등이 명문화돼 있습니다.
3. 현재 농지개혁법에 대한 논의에 대한 의견
현재 우리나라 농사짓는 농민들이 고령화되면서 경작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 법을 없애고 농사짓지 않는 사람들도 농지를 소유하게 하자는 말들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 법이 왜 생겼으며 왜 유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되는 글이었기를 바랍니다. 농지를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소유하게 되면 농지가 줄어들거나 소작제가 부활하겠지요? 현재 각국은 자기 나라에서 생산되는 재화들을 무기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밀 수출 안 할 거야”라는 밀 최대 수출국 한마디에 전 세계 밀 가격이 폭등하고 식량 불안감에 세계가 출렁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농촌 경작인구가 줄어들면 농지를 농사 안 지을 사람들에게 팔 궁리를 할 게 아니라 경작인구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지 농촌 개선 활동과 지원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인구가 먹을 만한 최소한의 농작물은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구조를 유지해야 식량 주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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